마키아벨리와 아우구스투스 잡생각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마키아벨리가 아우구스투스에 대해 보인 침묵이 굉장히 징후적으로 보였다. 공화국의 창건과 지속을 둘러싼 로마사에 대해 섬세한 감각의 평가를 보인 <군주론>의 저자가 아우구스투스에 대해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뭔가 사연이 있으리라고 추측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정치이론이나 역사연구의 쟁점은 아니고 사변적인 추측일 것이기에, 이런 저런 책에서도 이를 다루는 서술은 보지 못했다. 가끔 검색 정도 해 보고는 했었는데.. 오늘 검색하다가 뮌헨 대학의 한 정치학 교수가 바로 정면으로 이 문제를 다른 논문을 발견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내용이고, 저자 견해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겠으나, 내 궁금증을 공유한 다른 사람의 논의인지라 재미있게 읽었다.


근로, 노동 잡생각


이 기사(http://hankookilbo.com/v/6c2aea2edfd048d5b1ee03b57a022fdf)에 대한 단상이다. 

법안 내용에는 반대할 것이 없다. 다만 법안 제안자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생각하는 것처럼, 종래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근로"라는 말이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전에도 어디선가 간략하게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없음이 드러난다.

우선 일제시대가 배경이 되므로, 먼저 "근로"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일본어부터 살펴본다. 일본어에서 "근로"는 한편으로 "몸과 마음을 써 열심히 일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정한 시간 내에 일정한 노무함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우리가 노동법에서 말하는 종속노동과 큰 차이가 없는 개념이다. 따라서 일본 법학에서 근로자나 노동자, 근로권이나 노동권은 같은 의미로 이해되고, 다만 관용적으로 노동자와 노동권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 표현이 일반적이다. 물론 "근로"가 "근로정신대"에 쓰였을 때에는 전자의 의미였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근로"는 적어도 사회과학이나 법률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보다 더 자주 쓰였던 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말은 "근"이 가지는 긍정적인 함축을 선취하는 장점이 있다. 왜 여운형 선생이 해방공간에 조직한 정당이 "근로인민당"이겠는가? 왜 북로당이 1946년 간행한 기관지 이름이 <근로자>이겠는가? "열심히 일하는 근로대중"과 그렇지 아니한 사람(특히 대자본가)의 대비를 전제로 긍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호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등 우리나라 노동기본권 및 노동관계법의 다수는 월북하지 않은 비공산주의 사회주의자가 다수 포진했던 초대국회 및 제2대국회에서 제정되었다. 게다가 노동기본권 및 노동관계법의 제정에서 사회주의적 배경의 의원들은 맹렬한 활약을 하였고, 이는 이흥재 선생님의 역저 <노동법 제정과 전진한의 역할>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입법과정을 보면 어느 누가 "근로권" "근로자"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 언어감각으로 "근로"는 긍정적 어감을 가진 종속노동의 의미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사정을 이유로 "근로"라는 말을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언어 관행의 변화에 따라 "근로"가 가지는 그러한 의미는 거의 없어졌고, 이제 현대 한국에서 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만 이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이 보호되지 않았던 독재정권 하에서 "근로기준법"을 불 사를 때, 그것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도 완전히 퇴색해 버렸다. 법률의 언어를 현재의 언중의 사용에 맞추는 것이 옳은 일이다. 다만 나는 적어도 여전히 "근로"라는 말을 사용했던 우리 노동관계법의 입법자들에 대한 존중을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싶다. 이들은 엄혹한 환경에서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존경할 만한 입법자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제 잡생각

A라는 사태를 서술하고자 한다면 바로 그에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면 그만이다. 그때 논거에 도움이 필요하면 물론 다른 지식 b를 인용할 수도 있다(A+b). 그런데 A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이 B라는 어떤 일반적 지식을 알고 있음을 덧붙여 B에 관한 현학을 현시하는 B+A 식의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물론 부끄럽지만 나도 그런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런 글을 상찬하는 세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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