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잡생각

골리앗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아마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라도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것이다. 소년 다윗이라고. 다윗이 돌팔매로 블레셋의 맹장이자 거인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음 그의 칼로 목을 베었다고. 이 결투의 이야기는 사무엘상 17:41-54에 매우 상세하게 보고되어 있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숙어로 사용될 정도로 일반인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성서의 같은 책에 전혀 다른 이야기 실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 블레셋 사람과 전쟁이 일어났다. 그 때에는, 베들레헴 사람인 야오르김의 아들 엘하난이 가드 사람 골리앗을 죽였는데, 골리앗의 창자루는 베틀 앞다리같이 굵었다."(사무엘하 21:19; 표준새번역에 의함) 어찌된 일인가. 여기에서는 엘하난이 블레셋을 죽인 장수로 언급되고 있지 아니한가.

이 모순은 성경에 한 자의 모순도 없다고 믿는 경건한(내지 순진한?) 교인들을 당황시켰다. 따라서 예컨대 개역판 성경을 찾아 보면 사무엘하 21:19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다. "엘하난이 가드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죽였는데..." 괄호안의 글자는 작은 글자로 인쇄되어 있는데, 작은 글자는 편집자가 밝히고 있듯이 원문의 내용은 아니다. 즉 개역판 번역자는 이 구절의 모순을 제거하기 위하여 엘하난이 죽인 것은 골리앗이 아니라 그 아우인 라흐미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역대상 20:5에 의하면 "엘하난이 가드 사람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죽였는데..."(개역에 의함)라고 한다. 즉 개역판 편집자는 이 구절을 근거로 하여 사무엘하 21:19의 번역을 수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대기의 성립 시기는 사무엘기 보다 훨씬 늦으며 사무엘하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 수정하고 있는 것이 텍스트에서 명백하다. 그러므로 후자의 기록을 가지고 전자의 모순을 판단하는 것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성서학계의 견해에 의하면 역대기의 보고는 사무엘기의 두 개소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하여 엘하난의 상대를 골리앗의 아우로 수정하였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G.H. Jones in: The Oxford Bible Commentary, 2001, p. 208). 그렇다면 과연 골리앗을 죽인 사람은 다윗인가 엘하난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으나,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견해는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는 개소를 보다 이른 시기에 성립한 전승으로 보고 있다. 즉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는 전승이 먼저 성립하였으나, 이후에 다윗이 왕으로 등극하면서 그 이야기가 다윗에게 돌려졌다는 것이다(Jones, op. cit., p. 228; Stuttgarter Erklärungsbibel, 1999, Anm. zu 2. Samuel V. 18-19).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이 이러한 해석의 근거로 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다윗이 사울에게 소개된 이유는 이미 사무엘상 17:14-23에 자세히 설명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사무엘상 17:55-58). 즉 다윗의 싸움을 보면서 사울이 군사령관에게 "저 소년이 누구의 아들이오?"라고 물어보고, 이를 계기로 사울이 바울을 알게 되었다고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앞의 구절과 조화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는 더욱 의심을 받게 된다. 둘째, 고대에 어떤 사람이 왕이 되었을 때, 그에게 영웅전설이 귀속되는 일은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용비어천가>를 생각해 보면 충분하다.

물론 오래 전의 일이고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완전한 확실성을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판단한다면, 거인 골리앗을 죽인 장수는 다윗이 아니라 엘하난이라고 보는 편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이 용사는 목숨을 걸고 적장을 죽였지만,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를 기억해 주는 것이라도 그의 영예를 보존해 주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왕으로 등극한 자에게 유리한 역사기술이 이루어지는 것은 흔히 관찰되는 현상으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사무엘기에 나타나는 사울에 대한 서술은 상당히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이 점 B.W. 앤더슨, <구약성서의 이해 II>, 1988, 34면 참조). 여기서 조선왕조가 편찬한 <고려사>의 공민왕이나 신돈, 최영 같은 사람에 대한 서술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이다. 물론 기록은 승자의 기록만이 남는다.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적절하게 지적하였듯이,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현재를 지배하는 법이다.


덧글

  • 길가던 사람 2014/10/14 12:30 # 삭제 답글

    ...혹 이 글을 읽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 끄적거립니다. 전체적으로 읽어보면, 사무엘하 21장은 이미 다윗이 왕이 된 후의 이야기이고 KJV을 보면 골리앗의 아우라고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글로 번역 될 때에 오역된 부분임은 맞지만 그 부분만 찝어서 자신의 주장에 끼워 맞추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군요.
  • 꿈 속의 꿈 2014/10/14 20:25 #

    그 두 가지 점이 과연 반론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무엘하 21장의 서술시점이 그 사실의 진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요? 또한 KJV가 현대 비평판 히브리 구약성서보다 권위 있는 판본인가요? 최소한 학술적인 주석서나 찾아보시고 말씀하시기를 권합니다. 별 근거 없이 지적질 하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군요.
  • 긴머리 2016/05/01 18:12 # 삭제 답글

    잼있네요..앞으론 엘하난과 다윗 둘 다를 기억하게뜸요..가장 안전한...^^
  • 예전 게시글이라 2018/03/13 00:30 # 삭제 답글

    보실지 어떨지 혹은 신앙생활하시는 분들이 혼돈될수도 있기에 첨언하자면

    여기에는 여러 설들이 존재합니다. 글쓰신 분도 확실치 않다고 하신 것처럼 골리앗을 다윗이 죽였는지 아닌지 여러 설 중에 하나입니다.

    그중 하나가 다윗의 왕권을 강하게 하기위한 방법으로 엘하난이 죽였는데 다윗에게로 영웅적 요소를 넘겼다는 것입니다(마치 시편을 다른 사람이 썼으나 다윗의 시로 표현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요).
    이는 역사적이 이유들어 설명하셨은데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이것을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이유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이 글을 쓰더라도 조작(?)하는 것은 매우 악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다른 설로는 엘하난과 다윗이 같은 사람이다라는 것입니다. 다윗과 엘하난의 아버지의 이름이
    히브리어로 야오레와 이새는 는 아주 약간 다른 글자여서 글자를 옮겨 적을 때 실수 했다는 것이지요.
    또 다른 설로는 골리앗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대명사라는 설도 있습니다. 거인을 골리앗이라고 하는 거지요. 최홍만도 골리앗 하승진도 골리앗 뭐 이런식으로요.

    무엇이 맞는지 우리는 알 수 있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각자의 신앙과 신념과 학습에 따라 선택할 것입니다.

    물론 저는 다윗이 골리앗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믿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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