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클의 사회> 번역을 잠깐 들여다 보았다. 잡생각


이번에 <스펙타클의 사회>가 불어본에서 새로 번역되었다고 해서 구입했다. 90년대에 나온 책은 영역으로부터 중역이었으니까, 이제 불어본에서 바로 번역한 책이 나왔으면 옛책은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치우려고 한 쪽에 두었다가,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번역을 비교해 보기로 하였다. 아무 곳이나 펼쳤더니, 103번의 중간 부분이 눈에 뜨였다. 

"레닌은 볼셰비키 지도부와의 수많은 대결에서 이데올로기의 최고 대표자들 수중에 독재권력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레닌은 소수파 절대 권력을 내세웠던 초기 선택에 대포된 해결책을 지지하면서 그의 적수들에 비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한다. 민주주의는 국가적으로 농민들에게 용인되지 않으며, 노동자들도 같은 처지에 놓인다. 이것이 노조의 공산당 지도자들, 당 전체, 그리고 종국에는 당의 집행부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거부하게 한다. 제1차 러시아 공산당 볼셰비키 지도부 회의에서 크론시타트 평의회는 무력에 의해 패퇴되고 온갖 중상모략 속에 매장당한다. 레닌은 이 회의에서 '노동자들의 반대 그룹'으로 조직된 좌익 관료들을 향해 훗날 스탈린이 세계의 완전한 구분에까지 그 논리를 확대한 결론을 천명한다: '이곳저곳에서 총은 허용되지만 반대는 허용될 수 없다.... 반대라면 이제 진저리난다."

옛책을 보니 다음과 같다.

"볼셰비키 지도자들의 수많은 주장들 가운데에서도, 레닌은 독재권을 이데올로기의 최고 대표자들의 수중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일관된 옹호자였다. 레닌은 초창기 선택이 시사한 절대적 소수파 권력이라는 해결책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반대파들에 대한 싸움에서 항상 한치도 틀림이 없었다. 국가를 수단으로 해 농민들이 배제된 민주주의는 노동자들 또한 배제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노조의 공산당 지도자들, 전체 당, 그리고 마침내는 지도적인 당관료들로부터도 민주주의를 배제하기에 이르렀다. 제10차 당대회에서, 이미 크론슈타트 소비에트는 무력에 의해 패배하고 온갖 비난을 받고 매장되었는데, 이 대회에서 레닌은 '노동자 야당'의 좌익 관료들에 반대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훗날 스탈린이 세계의 완전한 구분까지 확대한 논리-를 선포했다. '여기 저기에서 총을 상대할 수는 있으나, 반대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반대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렵쇼? 정반대로 번역된 부분이 있다.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불어본을 찾아 보았다.
 
La concentration de la dictature entre les mains de la représentation suprême de l'idéologie fut défendue avec le plus de conséquence par Lénine, dans les nombreux affrontements de la direction bolchevik. Lénine avait chaque fois raison contre ses adversaires en ceci qu'il soutenait la solution impliquée par les choix précédents du pouvoir absolu minoritaire : la démocratie refusée étatiquement aux paysans devait l'être aux ouvriers, ce qui menait à la refuser aux dirigeants communistes des syndicats, et dans tout le parti, et finalement jusqu'au sommet du parti hiérarchique. Au X° Congrès, au moment où le soviet de Cronstadt était abattu par les armes et enterré sous la calomnie, Lénine prononçait contre les bureaucrates gauchistes organisés en «Opposition Ouvrière» cette conclusion dont Staline allait étendre la logique jusqu'à une parfaite division du monde : «Ici, ou là-bas avec un fusil, mais pas avec l'opposition... Nous en avons assez de l'opposition.»

일단 내 입맛대로 거칠게 번역해 보면:

"이데올로기의 최고대표의 수중에 독재[권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볼셰비키 지도부와의 많은 논전에서 레닌에 의해 수미일관하게 옹호되었다. 그 때마다 레닌은 소수파의 절대권력이라는 이전의 선택들이 암시하는 해결책을 지지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반대자들에 비해 옳았다. 즉 국가적으로 농민에게 거부된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했고, 이는 민주주의가 노동조합의 공산주의적 지도자들에게, 그리고 당 전체에서는, 마침내 당조직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거부되는 결과로 나아갔다. 크론슈타트 소비에트가 무력에 의해 분쇄되고 비방을 받게 되었던 시점에 열린 10차 당대회에서, 레닌은 '노동자 반대파'로 조직된 좌익 관료들에 대해 이 결론을 선언하였는데, 스탈인은 그 논리를 세계의 완전할 분할에 이를 때까지 확장해 갔다. '저기로 가서 총을 들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반대는 안 된다. 우리들은 반대라면 지긋지긋하다.'"

이렇게 보면 새번역은 오역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장을 너무 짧게 끊어 관계문을 살려 이어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에 의미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끊긴다. 옛번역은 중역이라 조금 부적절한 경우도 있으나, 차라리 읽히는 것이 더 낫다.

물론 다른 곳도 좀 더 비교해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잠정적인 결론은, 어느 번역본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는 없겠다.  원서를 보기는 귀찮고, 번역본은 부실하고... 자주 직면하는 불편한 상황.

덧글

  • evans 2014/08/04 10:52 # 답글

    안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새 번역이 더 퇴보한 것 같습니다. 'Ici, ou là-bas avec un fusil, mais pas avec l'opposition.' 이 부분이 이해가 어려워서 온라인 전집을 찾아보니 '이쪽편이든 저쪽편이든 총을 들고 있는 것이지 반대파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Ou bien par ici, ou bien par là, avec un fusil et pas avec l'opposition)' 정도의 뜻으로도 보입니다. 영어판은 좀 더 의역을 해놨군요. 'Either you’re on this side, or on the other, but then your weapon must be a gun, and not an opposition.'

    https://www.marxists.org/francais/lenin/works/1921/03/d10c/vil19210300-04c10.htm
    https://www.marxists.org/archive/lenin/works/1921/10thcong/ch02.htm
  • 꿈 속의 꿈 2014/08/04 15:24 # 답글

    네, 구판 구하기 어려운데 신판 번역이 저러니까 좀 아쉽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저도 좀 까다로웠는데, ici ou là-bas 라고 되어 있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읽을 여지가 있는데, ici 다음에 쉼표가 있어서 ou là-bas avec un fusil가 한 단위로 보여 저렇게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였습니다. 찾아보니 독어본은 "Hier oder dort mit einem Gewehr, aber nicht mit der Opposition"이라고 쉼표를 살리지 않고 번역되어 있는데, 1995년에 나온 새 영역본은 "Here with us - or out there with a gun in your hand - but not as an opposition"라고 해서 제가 이해한 것처럼 되어 있네요.
    레닌의 원문은 드보르의 인용과는 조금 표현이 다르니 똑 같게 번역할 수는 없겠는데요. 문맥을 보니 "이편이든 저편이든 (싸우려거든) 총을 들어, 반대하지 말고" 또는 "이편이는 저편이든 총을 들 때이지 반대할 때가 아니야" 두 가지 의미 중 하나일 듯한데요.
  • 2015/02/03 11:5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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