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개인적으로 참 보기 싫다. 눈을 가리지 않았다거나 앉아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결정적이지 않다. 유럽의 도상 사례를 보면 눈을 가리지 않거나 앉아 있는 유스티티아도 많이 있으니까. 내가 제일 거슬리게 생각하는 것은 칼이 아닌 책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저 상을 세우는 일에 관여한 많은 법률가들 중에서 "그러므로 권리를 저울질 하는 저울을 한 손에 들고 있는 정의는 다른 손에 권리를 주장하는 칼을 들고 있다. 저울 없는 칼은 적나라한 힘이며, 칼 없는 저울은 권리의 무기력함이다. 양자는 서로 속하며, 정의가 칼을 쓰는 힘이 저울을 사용하는 능숙함과 동등한 경우에만 완전한 법상태(권리상태)가 지배한다"(Jhering, Der Kampf ums Recht, 1913/1992, S. 61f.)는 예링의 말을 떠올리는, 아니 그러한 의미에서 저 도상의 의미 및 변경이 가져올 의미를 생각해 본 한 사람이 없었다는 말인가. 책을 숭상하는 습속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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