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재미있나요? 잡생각

공부가 정말 재미있나?

연구자로 살다 보면, 이리 저리 직업 관련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이다(또 다른 하나는 바로 짐작하듯, 이 책들 다 읽으셨습니까?). 그러한 질문을 받으면 대개 그렇다고 답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오해를 풀기 위해 반드시 부연해서 몇 마디를 덧붙인다.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묻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여기서 일단 공부를 앞서 질문의 취지에 맞추어, 조금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어 자료를 읽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나의 주장을 담아 적어 공적으로 발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로 하자. 이러한 공부는 재미있는가? 그렇다. 그러나 이 대답의 의미는 보다 복합적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공부"의 과정은, 적어도 나에게는(나에게도?), 대부분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어떤 사항에 대해 몇 일, 몇 주 아니 몇 달 이상 자료를 찾고, 외국에 자료를 주문해도, 이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자료를 구해 샅샅히 읽어보아도 결국 내가 찾는 답은 고사하고 문제조차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설령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 순간 기뻐해도 도대체 그 의미가 반드시 명확하지 않아 읽고 또 읽어도 답답한 때도 있다. 결국 그러다가 장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막막한 상태에서 작업을 덮는 경험을 연구자라면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아니 성실한 연구자라면 숱하게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고통스럽다. 아니, 정말로 고통스럽다. 그 노력의 낭비가 괴로와서 뿐만 아니라, 이로써 처음에 가졌던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마음을 계속 답답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 공부가 재미있는가? 그런 암중모색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어느 자료를 읽다가, 자료를 읽고 잠시 쉬다가, 퇴근하면서 잠시 버스 안에서 멍때리다가, 집에 터덜터덜 걸어 오다가,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실마리(해결이 아닌 실마리!)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은 그동안 마음 속의 고통과 괴로움, 궁금증과 호기심이 순간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고, 문제를 둘러싼 관계가 머리 속에서 밝은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순간이다. 아마도 무당이 작두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 그런 것일지? 그 잠깐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물론 찰라의 인식이 이후 차분하게 검증하는 과정에서 기각되면서 다시 회의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아니 그러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그러나 그 섬광 같은 잠시의 인식이 결국 최후의 결과물에 살아남아 도달하는 그 기쁨은 연구자에게 간직된다. 그것이 아마도 플라톤이 말했던 에로스이지 싶다. 이러한 순간은 적어도 나로서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그러나 그러한 한 번으로 그 사이의 모든 고통은 상쇄되어 없어지고 기억에서 무덤덤해진다.

그리고 공부가 재미있냐고 누군가 물을 때, 나는 떫떠름한 표졍을 지으며 그렇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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